[더테크=전수연 기자] SNE리서치가 조사한 2024년 1월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이 약 51.5GWh로 전년 동기 대비 60.6% 성장한 수치를 보였다.
국내 3사 점유율은 20.2%로 전년 동기 대비 4.2% 하락했지만 배터리 사용량은 3사 모두 성장세를 나타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34.3%(5.9GWh) 성장하며 3위를 기록했다. 또 삼성SDI는 44.3%(2.5GWh), SK On은 19.1%(2.1GWh) 성장률과 함께 각각 5, 6위를 기록했다.
국내 3사의 성장세는 주로 각 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의 판매 호조와 신차 출시 확대가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삼성SDI는 BMW iX/i4, 아우디 Q8 e-Tron, 피아트 500e가 유럽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보였고 북미에서 라비안 R1T/R1S/EDV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한 삼성SDI는 고부가 배터리 P5의 판매가 지속 확대되며 안정된 수요와 높은 수익성을 통해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률 둔화 우려에 의한 업황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또 삼성SDI는 자회사 STM을 통해 자체 양극재 생산을 확대하는 내재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SK On은 현대차의 아이오닉5, 기아 EV6가 꾸준한 인기를 끌었고 기아 EV9의 글로벌 판매 확대, 북미 시장 포드 F-150 라이트닝의 견조한 판매량으로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LFP 개발과 함께 현대차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유럽, 북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모델3/Y, 포드 Mustang Mach-E, GM Lyriq 등 유럽, 북미에서 높은 인기를 보이는 차량들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를 견인했다. 테슬라, 포드, GM 등의 완성차 OEM들이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을 확대하고 있고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고전압 미드 니켈 NCM, LFP 배터리 기술 개발 가속화와 46-시리즈의 본격 양산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할 방침이다.
일본 업체 중 유일하게 Top 10에 이름을 올린 파나소닉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3.0GWh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으나 전년 동기 대비 9.8% 역성장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주요 배터리 공급사 중 하나로 특히 북미 시장의 테슬라 모델Y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이 파나소닉의 전체 배터리 사용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파나소닉은 개선된 2170, 4580 셀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테슬라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88.1%(20.5GWh) 성장률로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 ZEEKR과 Ideal 등 주요 브랜드 차량뿐만 아니라 테슬라 Model 3/Y, BMW iX, Mercedes EQ 시리즈, 폭스바겐 ID 시리즈 등과 같은 글로벌 주요 OEM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며 4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BYD는 배터리 자체 공급, 차량 제조 등 수직 통합 SCM 구축을 통해 가격 경쟁력 우위로 중국 내수 시장에서 높은 인기 기반의 34.4%(7.4GWh) 성장률인 2위를 기록했다. 최근 중국 외 지역에서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Atto 3(Yuan plus), Atto 4(Seal)에 더해 Dolphin의 판매량이 올라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60.6%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국내 3사의 점유율이 대폭 하락한 것은 1월의 계절 요인과 중국 춘절의 시기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춘절은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 감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작년엔 1월이었던 반면 올해는 2월로 나타났다. 이에 유럽,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 성장률은 저조한 반면 중국의 성장률은 90% 이상을 나타내며 중국 업체를 제외한 배터리 업체들의 배터리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낮게 분석됐다.
중국승용차협회 CPCA도 이러한 이유로 올해 1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는 강세를 보였으나 2월에는 최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분기의 데이터가 모두 집계된 후에 정확한 업체별 점유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수요 성장세가 둔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전기차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며 자동차,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유럽의 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포드, GM, 르노, 폭스바겐 등은 전기차 관련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속도조절에 합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HEV, PHEV의 생산량을 늘리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가운데 HEV, PHEV 같은 하이브리드 차들이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