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드애자일이 추구하는 ‘애자일 방법론’은?

[기업인터뷰]김동욱 스케일드애자일 한국 대표上

[더테크=문용필 기자] 아마도 2010년대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조직혁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화두가 기업들 사이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었고 이와 함께 ‘애자일’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그렇다면 애자일(Agile)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민첩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애자일은 정형화된 업무계획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민첩하고 유연하게 비즈니스 상황 변화에 대처하는 것을 뜻한다.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사용됐지만 이제는 업종에 관계없이 애자일이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애자일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글로벌 기업이 바로 스케일드애자일이다. 스케일드애자일의 프레임워크, SAFe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애자일 워크플로우다. 그리고 스케일드애자일은 올해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다만 표면적으로 보면 아직 국내에서 ‘애자일’이 완벽하게 보편화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 이에 더테크는 스케일드애자일의 한국지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동욱 대표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케일드애자일이 현재 애자일 프레임워크 분야에서 가장 큰 글로벌 기업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지사가 설립된 지는 얼마 안됐는데요. 간단하게 회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1년 미국 콜로라도 주(洲)에서 설립됐고 16개국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약 500개 사의 파트너사와 함께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주는 비즈니스 어질리티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업입니다.

 

현재 2만개의 기업들이 SAFe를 활용하고 있고, 거대한 기업일수록 내부 조직의 비즈니스 실행이 복잡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만큼 보다 효율적인 비즈니스 수행에 (SAFe가) 효과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SAFe란 큰 조직이 전사적으로 애자일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워크플로우 ‘스케일드애자일 프레임워크’의 약자다. 비즈니스 어질리티, 즉 비즈니스 민첩성을 실현시키기 위한 스케일드 애자일의 핵심인 셈. 기업의 SAFe를 구현을 지원하기 위한 공인 컨설턴트 자격증도 존재하는데 SPC(SAFe Practice Consultant) 라고 불리는 이들 전문가들은 국내에 약 40명정도가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애자일’이라는 용어는 몇 년전부터 다양한 기업과 개발업무에서 사용돼 왔습니다. 2010년대 중반쯤에는 혁신적인 업무방식으로 하나의 트렌드화 되기도 했고요. 현재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애자일이 얼마나 자리잡았다고 보십니까.

 

현재 많은 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조직에 애자일 방법론 및 관련된 애자일 관리 도구등을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현업과 개발팀을 하나의 조직으로 구성, 현업의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대처해 이전보다 기업이 필요한 제품, 서비스등의 출시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SAFe 1단계인 팀 플로우 레벨의 팀애자일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 하나의 비즈니스 유닛 별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어 전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발전시켜야 나가야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큰 조직에서도 애자일을 실행할 수 있는 스케일드애자일의 프레임워크는 현재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감탄할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다. 포츈(Fortune) 100대 기업의 70%가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항공, 기계 등 분야도 다양하다. 기업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LG전자와 AWS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고객사’란 단순히 SAFe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ART(Agile Release Train, 각기 다른 10개의 애자일을 엮은 것)를 조직하거나 SAFe 구현을 위한 툴(Tool)을 포함한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라고 김 대표는 전했다.

 

스케일드애자일의 프레임워크, 혹은 애자일 방법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싶네요.   

 

스케일드애자일은 기업의 확장된 애자일, 즉 전사적인 비즈니스 어질리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조직에 애자일팀을 만들고 그 팀이 스크럼, 칸반 같은 애자일 방법론을 교육하거나 현업과 개발팀을 하나로 조직해 애자일 교육과 워크샵 등을 통해 신속하게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SAFe는 이를 넘어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를 기반으로 ART를 조직하고 현업과 개발팀 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HR, 재무 등 다양한 조직의 이해당사자들이 고객에게 지속적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협업하는 가이드라인과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조직이 거대할수록, 그리고 팀 레벨의 애자일 조직이 많아질수록 전체 비즈니스에 대한 우선순위와 예산, 해당 조직의 상호간 연계, 그리고 이로 인한 제품 및 서비스 출시 지연 리스크 등을 제대로 파악해 운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요.

 

오히려 팀 레벨의 애자일 조직 업무적으로 상호 배척하고 전사적 비즈니스의 우선순위보다 떨어지는 업무를 진행해 조직 전체적으로 볼 때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쯤에서 SAFe를 실현하기 위한 그룹으로서의 ART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존의 부서는 그냥 존속하면서도 조직의 밸류스트림(Value-Stream)을 따라가기 위해 뭉친  또다른 팀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재무나 품질관리, 생산 등 각기 다른 부서의 구성원 100명 가량이 모여 마치 인체의 세포처럼 하나의 ART를 구성하는데 비즈니스에 변화가 생긴다면 구성원도 교체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ART를 기반으로 주기적(10주~12주내외)으로 PI(Program increment) 플래닝(Planning)을 수행하면서 기업의 업무 개선 및 효율성을 향상시키게 된다.

 

대표님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전문가의 시각에서 보셨을 때 SAFe 도입시 기업이 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일까요.

 

우선 SAFe는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공급 기업이 도입해 활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서비스나우(Service Now)를 예로 들어볼까요. 서비스나우는  SAFe를 활용해 생산성 및 제품 품질 향상에서 많은 효과를 봤습니다. 최근에는 재무와 인사 마케팅 영역까지 확장해 전사적 관점에서 큰 성과를 확인했습니다.

 

기업은 아니지만 미 육군의 사례도 참고할 만한데요. 전세계에 있는 부대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방대하고 복잡한 5개의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통합하는 방법으로 SAFe를 활용했습니다. 기업에서 비즈니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 다양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기업 내부에 구현할 때 SAFe를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 향상 또는 내부 운영의 효율성과 비용절감, 시스템 안정성, 직원의 참여 독려 등 다양한 이유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지만 이를 전사적으로 롤아웃(roll-out)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도전과 이슈, 특히 조직의 내부저항 등으로 인해 실패하거나 도입 당시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는 못하는 결과들을 보곤 합니다. 이러한 기업들에게 SAFe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현하고 활용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직의 애자일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행주체, 즉 사내 담당자의 마음가짐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담당자나 SAFe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국내에서도 애자일 빌드팀, 애자일 이행팀, 애자일 코치 등 조직의 애자일 적용을 위한 팀들이 있는데요. 실제로 조직의 DX와 AX(애자일 트렌스포메이션)를 실행하는 주체는 실제 기업의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조직입니다. 즉 제품생산이나 영업, 마케팅, 고객서비스 등의 업무부서가 실행주체가 되는 것이고 애자일 담당자는 실제 조직의 전략과 목표를 실행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행주체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애자일을 왜 하는지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가짐입니다. 현재 적용하는 방법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지금 수행조직(업무팀)이 하고 있는 일들이 조직의 전략과 목표를 위해 중요한 일인지, 조직이 애자일을 적용해보기 위해 하는 애자일을 아닌지 등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끈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안타까운 현실이 있어요. 국내 기업들의 경우, 조직 내부에 애자일을 받아들이고 활용하고자 시도하는데 일부 조직 팀레벨에 적용 후에는 너무 빨리 성과를 바라는 문화 때문에 애자일은 우리 조직과는 안맞다는 등의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앞서 말한대로 조직 문화가 변화되는 과정이기에 점진적으로 스며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애자일이) 중단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냄비에 물을 끓일 때를 생각해볼까요. 실제 물이 끓기 전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0도가 넘어 물이 끓으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특히, 냄비가 클수록 시간이 더욱 걸립니다. 즉, 조직이 거대할수록 (애자일이 성과를 내는)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시간을 묵묵히 지켜보며 불을 끄지 않는 경영진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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