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조재호 기자]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주가 거칠게 상승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에 이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기업이 됐다.
Arm의 주가가 12일(현지시간) 기준 148.97달러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29.30% 상승한 가격이다. 지난주 수요일 실적발표 이후 100%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기업공개(IPO) 이후 약 3배 상승한 가격이다.
Arm은 지난 7일 실적발표에서 매출 8억2400만달러(1조941억원), 주당 순이익 0.29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의 전망치였던 7억6100만 달러를 상회하고 전년 대비 매출도 14% 증가했다.
주주서한을 통해 Arm은 “스마트폰 시장 회복과 함께 자동차 및 클라우드 업체에 대한 매출 증가로 인해 실적이 늘었다”며 “반도체 시장 회복 조짐과 함께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Arm의 높은 수익에는 반도체 산업 전반의 업황 반등이 있었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만큼 주 수입원인 로얄티 매출이 4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4억2500만달러와 전 분기 4억1800만달러 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이후 시장에서 Arm의 주가는 급등했다. 8일과 9일, 12일 사흘간의 주가가 100%가량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AI 관련 수요 폭증에 따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엔비디아와 비슷한 양상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240%가량 주가가 상승했고 올해도 50% 가까운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해부터 AI 산업이 성장하면서 B2B 시장의 서버용 그래픽 처리장치(GPU) 수요와 함께 올해부터 소비자용 디바이스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크기의 범용 AI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특정 상황에 최적화된 제품용 온디바이스 AI가 올해의 화두로 꼽힌다.
지난달 세계 최초 AI 폰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등장한 삼성의 갤럭시 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해 자동차와 로봇 등 AI를 탑재하거나 도입할 제품군이 늘어나면서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전까지 AI 분야에서 특별히 강점을 보이지 못했던 Arm이지만, 스마트폰 AP를 비롯한 SoC(System on Chip, 단일 칩 체제)에서 Arm 아키텍처만큼 범용성을 지닌 반도체는 드물다.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이후 모바일 프로세서를 비롯한 단일 칩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공급자의 위치를 점했다.
시가총액도 1532억달러(203조3557억원)까지 늘어나면서 미국의 종합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비견될 만큼 커졌다. 12일 종가 기준 인텔의 시가총액은 1862억달러다. 300억달러로 작은 차이는 아니지만, 미국 반도체와 PC의 시장의 상징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규모로 성장했다. 불과 5개월 사이의 변화다.
다만 지난 9월 상장한 Arm은 180일 간의 보호예수(락업) 기간이 만료되는 3월까지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락업은 기업이 신규 상장할 경우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일정 기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도록 묶어두는 제도를 말한다.
한편, Arm은 1990년 설립된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으로 지난 2016년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320억달러(약 4조원)에 인수해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 했지만, 규제 기관들의 반대로 인해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뉴욕 나스닥 상장 절차를 시작한 Arm은 인텔,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등이 앵커 투자자로 참여해 일부 지분(10%가량)을 매각했다. Arm에 대한 소프트 뱅크의 지분은 지난 실적 발표 이후 610억달러 이상 증가했고, 현재 가치는 1310억(약175조원) 이상이다.